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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 꾸레쥬

화려하게 돌아온 ‘중고 신인’ 꾸레쥬

Edited by 박호준


Courrèges F/W 2021 Campaign
(이미지 출처: Vogue Business)


1960년대 유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잠시 살펴보는 건 ‘꾸레쥬(Courrèges)’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196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전쟁으로 초토화됐던 유럽이 재건에 성공하며 풍요를 가져오던 시기다. 또한 ‘히피’ 문화가 유행하면서 문화적으로 자유, 저항, 평화와 같은 키워드가 주목받았다. 인류 최초로 ‘유리 가가린(Yuri A Gargarin)’이 우주 비행에 성공하면서 미지의 세계였던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졌으나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이 극에 달해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여담이지만,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배경이 바로 쿠바 미사일 위기다.



 

 


작업실에서의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
(이미지 출처: Le Monde)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가 꾸레쥬를 만든 해가 1961년이다. 그는 1950년부터 약 10년간 발렌시아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경험을 쌓았고 38살이 되던 해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딴 오뜨 꾸뛰르 메종을 만들며 꾸레쥬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참고로 기하학적인 형태의 꾸레쥬 로고는 1965년, 자신의 디자인이 불법적으로 복제되어 판매되는 걸 알게 된 꾸레쥬가 이를 막고자 고안한 것으로 자신의 이름과 아내의 이름인(당시엔 연인이었다) ‘코클린 꾸레쥬(Coqueline Barrière)’의 앞 글자 A와 C를 이용해 만들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그가 패션 대신 토목을 전공했다는 점인데, 이러한 이력 때문에 훗날 ‘패션계의 르 코르뷔지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디자이너 본인과 아내의 스펠링을 따 꾸레쥬 (Courrèges) 로고를 완성했다.
(이미지 출처: 꾸레쥬 인스타그램)


자, 이제 퍼즐을 꿰맞출 시간이다. 앞서 설명한 1960년대의 시대 문화적 배경과 꾸레쥬가 지향하고 보여준 패션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말이다. 대표적인 예는 1964년 발표했던 ‘우주 시대(Space age)’ 컬렉션이 있다. 우주 비행사가 착용하는 플랫 부츠, 고글, 헬멧과 장비에서 영감을 받은 것은 물론 우주 비행선에 주로 사용됐던 화이트, 실버, 블랙과 같은 컬러에 오렌지, 레드 같은 포인트 컬러를 섞어 룩을 완성했다. 또한 폴리염화비닐(PVC)과 같은 합성 소재를 처음으로 옷에 접목해 당시로선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유리 가가린의 우주 비행 이후 누가 먼저 달에 발을 딛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시대 분위기를 영리하게 포착한 결과다.



 

 


앙드레 꾸레쥬(André Courrèges)의 Space age 컬렉션 (1964)
(이미지 출처: CNN Style)


또 하나의 예는 미니스커트다. 앙드레 꾸레쥬는 ‘미니스커트의 아버지’라고 불린다. 그는 패션 디자인을 할 때 자신의 전공이었던 토목의 수학적 노하우를 종종 사용하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나의 관심은 화려한 자수나 불필요한 장식이 아닙니다. 비행기를 설계하는 엔지니어처럼 기능적인 문제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것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여자가 차를 운전하려면 치마를 걷어 올려야만 합니다. 불편하죠. 반면, 남자들이 주로 입는 바지는 여성복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효율적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이 다리를 드러내는 행위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 유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니스커트 외에도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입는 드레스, 허리나 허벅지 일부분을 과감하게 노출하는 컷아웃이 그가 디자인한 옷의 아이덴티티로 꼽힌다.





꾸레쥬는 옷 외에도 향수, 가방, 신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으며 1972년에 이미 전 세계 125개의 부티크를 가지고 있었다. 1973년에는 남성복 라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부터 파킨슨병을 앓던 앙드레 꾸레쥬는 1994년 은퇴를 선언하고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 후 아내인 코클린 꾸레쥬가 사업을 이어받지만, 2011년 결국 브랜드를 매각했다. 몇 차례 경영진이 바뀌며 부침을 겪던 꾸레쥬는 현재 프랑스의 ‘아르테미스’ 그룹의 자회사로 속해 있다. 2016년 1월 7일, 앙드레 꾸레쥬가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칼 라거펠트는 “60년대에 그는 패션에 엄청난 영향을 줬다.”라고 말했고 지방시의 설립자 위베르 드 지방시 역시 “그의 패션은 젊고 색달랐으며 혁명적이었습니다.”라며 애도의 뜻을 전했다.




꾸레쥬를 다시 부흥기로 이끈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
(이미지 출처: hypebeast)


그렇게 잊혀질 수도 있었던 꾸레쥬를 되살린 인물이 2020년 9월 아트 디렉터로 부임한 ‘니콜라 디 펠리체(Nicolas di Felice)’다. 벨기에 출신인 그는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에서 일했던 디자이너로서 스스로가 꾸레쥬의 오랜 팬이기도 했다. 2021년 6월 <보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니콜라는 “많은 사람이 어머니나 할머니에게 꾸레쥬 옷을 물려받아 입습니다. 몇 번 입다 버리는 옷이 되지 않는 게 친환경 패션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며 꾸레쥬가 1970년대에 이미 친환경 비닐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브랜드라는 걸 강조했다. 니콜라는 2021 F/W 컬렉션을 시작으로 꾸레쥬의 아카이브를 성공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브랜드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고 있다.




Courrèges 23 F/W Collection
(이미지 출처: Vogue Runway)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꾸레쥬는 오늘 9월 신세계 인터내셔날을 통해 국내에 첫 단독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 리파 그리고 블랙핑크의 제니 등 여러 셀레브리티의 선택을 받으며 입소문을 탄 것도 꾸레쥬의 인기를 더했다. 과연 ‘문 걸(Moon girl)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며 60년대 패션계를 휩쓸었던 꾸레쥬는 반세기가 지난 2023년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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