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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ㅣ WALES BONNER

웨일즈 보너 옷에 흑인 문화가 숨어 있다?

Edited by 박호준

 

 


Adidas x Wales Bonner Harrington Jacket Night Brown
(이미지 출처 : Adidas.com)



웨일즈 보너의 옷을 입고 있다. 정확히는 웨일즈 보너와 아디다스가 협업해 만든 해링턴 자켓이다. 뉴욕 소호 매장에서 자켓을 발견하자마자 ‘어머, 이건 사야 해!’라며 가격표도 확인하지 않고 카드를 꺼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이트 브라운’ 컬러는 짙은 고동색이지만 은은한 광택이 흘렀고 보통의 트레이닝 복 같지 않은 탄탄한 테일러링이 마음에 들었다. 목과 등이 이어지는 부분에 작은 초록색 자수로 ‘Wales Bonner’라고 적혀 있었지만, 그땐 웨일즈 보너가 어떤 인물인지도 그 옷이 미국과 유럽에만 풀린 리미티드 에디션인 줄도 몰랐다.

 

 


'Grace Wales Bonner is the perfect designer for now' 인터뷰 중 촬영

( 이미지 출처 : washingtonpost.com )

 


웨일즈 보너는 1990년 런던 남부에서 태어났다. 자메이카 출신 흑인 아버지와 잉글랜드 출신 백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흑인 사이에선 백인 취급을, 백인 사이에선 흑인 취급을 받으며 자랐다고 전해진다. 후에 그녀는 이러한 환경 탓에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자메이카계 영국인 패션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마틴 로즈가 떠오르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4년 웨일즈 보너의 센트럴 마틴 졸업 컬렉션 'Afrique' 이미지 컨셉 컷
( 이미지 출처 : anothermag.com )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런칭한 건 2014년이다. 2012년 세인트 마틴에 입학했으니 졸업과 동시에 브랜드를 만든 셈이다. 2014년 졸업 컬렉션 ‘Afrique’이 로레알 프로페셔널 탤런트 프라이즈를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에는 영국 패션 어워드 신예 디자이너 상, 2016년에는 LVMH 젊은 디자이너 상을 연달아 들어올리며 패션계에 자신의 이름을 똑똑히 알렸다.






르완다 Move Afrika 2023 행사에서 Wales Bonner 의 수트를 입고 공연하는 Kendrick Lamar
Wales Bonner X Adidas Samba 스니커즈를 신은 Rihanna
Wales Bonner 수트를 입고 VOGUE 커버에 등장한 Beyonce
( 이미지 출처: @culturehaze.com, @VOGUE.com @walesbonner )

이쯤 되면 ‘도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떠올랐을 것이다. 독특하면서 고급스러운 소재, 짜임새 있는 만듦새,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하는 수많은 디자이너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웨일즈 보너가 유독 켄드릭 라마, 리한나, 비욘세와 같은 여러 셀럽의 ‘샤라웃’을 차지할 수 있는 비결 말이다. 오죽하면 켄드릭 라마는 ‘팩트 체크도 필요 없다. 내가 항상 입는 건 웨일즈 보너’라는 가사까지 썼다.



 

 


Holborn 교회에서 열린 Wales bonner 에게 영감을 준 책 전시회
2023년 wales bonner가 아디다스와 협업해 디자인한 자메이카 축구팀 키트
( 이미지 출처:
theguardian.com, hypebeast.kr​ )


첫번째는 패션을 대하는 자세다. 그녀는 옷을 만들 때 항상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와 이야기를 담는다. 탈식민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암시하는 단어를 옷에 새겨 넣거나 미국 흑인 노예를 다룬 소설 제목을 컬렉션 이름으로 차용하는 식이다. 또한, 기존 미디어에서 흑인 남성을 근육질 몸의 마초적인 이미지로 바라보던 것과 달리 웨일즈 보너는 부드럽고 섬세한 부분을 강조한다. 그래서 웨일즈 보너의 런웨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100여 년 전 자메이카 왕국의 왕자들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웨일즈 보너의 인스타그램에서 찾아볼 수 있는 그녀에게 영감을 준 사진들
70년대 흑인밴드는 물론 그녀의 가족 사진, 80년대 자메이카 거리 등이 실려 있다. 
( 이미지 출처: @walesbonner )

두번째는 웨일즈 보너가 영감을 얻는 방식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직업이지만 그녀의 관심사와 활동은 패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명 ‘아트 쇼’라고 불리는 그녀의 패션쇼에는 영화, 책,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예술 작품과 그 예술 작품에서 영향을 받은 오브제가 녹아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1970년대 흑인 밴드의 앨범 재킷 사진이나 1980년대 자메이카 길거리의 사진을 종종 올리는데 그 이미지들이 모여 새로운 컬렉션으로 나타난다.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린 <새로운 꿈을 위한 시대> 전시회 전경 & 작품
( 이미지 출처:
anothermag.com )

“저는 모든 것을 흑인의 문화적 시각으로 접해요. 어떤 아이디어가 있으면 그것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이것저것 시도해 보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패션 잡지 와의 인터뷰에서 웨일즈 보너가 한 말이다. 실제로 그녀는 영국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새로운 꿈을 위한 시대>라는 전시를 직접 기획한 바 있다.



종합하면, 웨일즈 보너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한 후 얻은 영감과 생각을 패션이라는 세련된 도구에 담아 전 세계에 퍼뜨리고 있다는 의미다. 장르를 넘나드는 그녀의 융합적 사고와 작업 방식 덕에 버질 아블로 사망 후 공석이 된 루이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웨일즈 보너가 선임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wales bonner의 24 FW collection 'Dream Study' , wales bonner의 24 SS collection 'MARATHON'
( 이미지 출처: @walesbonner )

물론, 위에 설명한 모든 내용을 차치하더라도 웨일즈 보너의 옷은 ‘그냥 예쁘니까’라는 이유로 입기에 손색이 없다. 그녀는 옐로우, 블루, 그린, 레드와 같은 채도 높은 색과 아프리카 전통문화에서 자주 보이는 패턴을 옷에 자주 사용한다. 언뜻 들으면 소화하기 부담스러울 것 같지만, 패턴이 화려하면 색이 차분하고 색이 튀면 디자인이 점잖은 식이라 코디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몸에 걸칠 수 있는 옷의 가짓수가 줄어드는 여름에 포인트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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