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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렐과 니고가 함께 만든 브랜드

Edited by 박호준


2003년 퍼렐 윌리엄스가 Frontin’이라는 곡을 공개했다. 그는 노래에서 다른 여자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척’하는 행위를 fronting이란 신조어를 이용해 표현하고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잘 드러나는데, 매력적인 여성들 사이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애쓰는 퍼렐 윌리엄스의 모습이 그렇다.

 




2003년 발매한 퍼렐 윌리엄스 Frontin' 앨범 표지와 
뮤직 비디오 중 빌리네어보이즈클럽의 옷을 입고 등장한 퍼렐 윌리엄스
(이미지 출처: @PharrellWilliamsVEVO)



음악 추천 콘텐츠도 아닌데 갑자기 퍼렐 이야기를 꺼낸 건, 뮤직비디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20여 년 전 앳된 얼굴의 퍼렐이 Frontin’의 뮤직비디오에 입고 등장한 옷이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제품이다. 입는 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카메라는 뮤직비디오 중간중간 옷장에 차곡차곡 쌓인 다양한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의 옷을 여러 번 프레임에 담았다. 결과적으로 효과는 꽤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곡이 공개된 후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에 대한 관심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베이프와 휴먼메이드의 창업자 니고(NIGO)와 퍼렐 윌리엄스, 도쿄의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 매장
(이미지 출처: Vogue.com, bbcicecream.com)


전후 사정을 잘 모른다면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 완전 계탔네!”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이건 전부 퍼렐의 계획이었다.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을 만든 인물이 바로 그다. 2001~2002년 일본 도쿄에 방문한 퍼렐은 ‘베이프’ 설립자이자 패션 디자이너 ‘니고’를 만났다. 주변 지인들에 따르면 둘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서로의 취향과 안목을 알아봤고, 브랜드 런칭을 위한 준비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고 전해진다. 이미 큰 유명세와 ‘패셔니스타’라고 일컬어지던 퍼렐이지만, 브랜드 전개 방법과 디자인 실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던 그의 입장에선 베이프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니고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이다. 이후 니고는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 운영에서 손을 뗐지만, 브랜드는 성장을 거듭해 도쿄, 뉴욕, 런던에 매장을 내며 글로벌 스트리트 브랜드로 발돋움했다.





우주비행사 캐릭터가 돋보이는 브랜드 로고와 리차드 밀과 콜라보한 시계 'RM52-05 TOURBILLON'
스케이터 문화를 향유 하는 아이스크림 라인 화보
(이미지 출처: bbcicecream.com)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을 직역하면 ‘억만장자 소년 모임’ 정도 된다. 출시 초기 지금보다 옷의 가격이 더 비쌌는데, 이 때문에 사람들은 퍼렐이 돈 많은 소수만을 위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오해하곤 했다. 그러나 퍼렐의 의도는 정반대다. 퍼렐이 말한 “부(富)란, (돈을 채운)주머니가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달린 것(wealth is of the heart and mind, not the pocket)”이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이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에 녹아 있는 디자인 요소 몇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번째는 ‘우주’이다. 퍼렐은 어려서부터 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반영해 우주비행사 캐릭터를 브랜드의 메인 로고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의 우주사랑은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뿐만 아니라 리차드 밀과 공동 제작한 시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단 30점만 한정 제작된 ‘RM52-05 TOURBILLON’의 다이얼을 우주비행사 모양으로 꾸몄다. 두번째는 스케이트 보드 문화다.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은 ‘아이스크림’이라는 제품 라인업과 스케이트 보드 팀을 만들었다. 스트리트라는 범주 내에서도 아이스크림은 스케이트 보딩에 어울리는 제품을 주로 선보이는 식이다. 참고로 흑인들이 사용하는 슬랭에서 ‘Ice’는 다이아몬드를, ‘Cream’은 돈을 뜻한다. 퍼렐은 아이스크림 외에도 여성을 위한 ‘빌리네어 걸즈 클럽’과 ‘Bee Line’과 같은 레이블을 가지고 있다.




   

 베이프와 휴먼메이드의 창업자 니고(NIGO)와 퍼렐 윌리엄스

(이미지 출처: bigjungbo.com)


퍼렐과 니고의 인연은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을 너머 현재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니고는 2010년 휴먼메이드를 설립했는데, 지난 1월 퍼렐이 휴먼 메이드의 어드바이저로 합류했다. 여담이지만 니고는 인스타그램에서 오직 3개의 계정만 팔로잉하고 있는데, 자신이 만든 휴먼메이드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겐조 그리고 퍼렐이다. 퍼렐 역시 공식 석상에서 휴먼메이드의 옷을 여러 번 입고 등장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빌리어네어보이즈클럽 EU의 2024 프리폴 컬렉션과 제 56회 그래미 어워즈에 참석한 퍼렐 윌리엄스
(이미지 출처: bbcicecream_eu, getty image)


이 글을 쓰는 중에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의 2024 프리폴 컬렉션이 공개됐다. 웨스턴 무드와 파스텔 톤 컬러가 돋보이는데, 아웃도어 같으면서도 캐주얼한 스트릿 무드가 공존해 매력적이다. 마치 팀버랜드 부츠에 청바지 그리고 아디다스 트랙탑을 매칭하고 등장했던 제56회 그래미 시상식의 모습처럼 말이다.





글을 마치기 전 한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처음 원고를 의뢰받았을 때 담당자는 여러 개의 브랜드를 제시하며 그 중 하나의 브랜드를 골라 달라고 했고 난 단숨에 빌리네어 보이즈 클럽을 골랐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부터 좋아하던 브랜드여서 그렇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멋을 슬쩍 드러내고 싶다면 이만한 브랜드가 없다.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 남아 있는 장난꾸러기 캐릭터를 끄집어내어 형상화한 것 같은 우주비행사 프린팅도 취향저격. 아, 이렇게 또 장바구니와 옷장이 채워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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