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스토리 | HYEIN SEO
보는 옷에서 입는 옷으로, 혜인 서의 이유 있는 변화
브랜드 | 2024. 01. 19 | 조회수 : 6639
Edited by 박호준
8,235만 회. 뉴진스 데뷔 앨범의 세 번째 싱글 'Cookie' 오피셜 뮤직비디오 유튜브 조회수다. ‘내가 만든 쿠키 너를 위해 구웠지’로 시작되는 중독성 넘치는 가사와 독특한 리듬의 곡 덕에 2022년 여름은 ‘뉴진스의 계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뮤직비디오에서 뉴진스가 입고 있는 교복 스타일의 옷이 바로 ‘혜인 서(HYEIN SEO)’의 작품이다. 뉴진스는 이후 ‘ASAP’라는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도 혜인 서의 옷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실 혜인 서의 유명세는 그것보다 훨씬 오래전 시작됐다. 벨기에 ‘엔트워프’ 왕립 예술 학교에서 패션을 전공한 서혜인은 석사 졸업 컬렉션으로 2014 F/W <Fear Eats the Soul>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해당 컬렉션이 켄드릭 라마와 리한나 같은 해외 유명 인사의 선택을 받았으며 영국 패션 협회에서 최우수 디자이너 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2015년에는 국제무대에서 가능성을 인정받는 한국계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삼성물산 패션 부문이 2005년부터 시작한 후원 프로그램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의 수상자로 혜인 서가 꼽히면서 촉망받는 패션 유망주로 발돋움했다.

그때까지도 혜인 서는 정식 상업 브랜드가 아니었다. 컬렉션이 반향을 일으키긴 했지만 서혜인은 “브랜드를 내는 것보다 패션 하우스에 들어가 작업하는 쪽을 더 선호했어요”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2015년과 2016년에도 꾸준히 컬렉션을 발표했던 혜인 서는 결국 2017년 2월 중순 런던 패션위크에서 라는 컬렉션으로 정식 데뷔 무대를 치렀다. 기존에도 런던 패션위크에 선 경험이 있던 혜인 서였지만, 다른 디자이너들과의 합동 무대가 아니라 단독으로 오른 건 2017년이 처음이었다. 푸른 유도복, 검은색 차파오 등 사이버 펑크 스타일의 룩이 인상적인 컬렉션은 다른 브랜드보다 한발 빠르게 ‘젠더리스’를 건드리며 트렌디함을 과시했다.
“저는 (컬렉션을 준비할 때)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옷을 디자인합니다.” 패션 매거진 <i-D>와의 인터뷰에서 서혜인의 말이다. 이어서 그녀는 “옷을 만들수록 갖고 싶고, 입고 싶은 옷을 만들게 됐어요. 한 번 보고 사라지는 보여주기식 패션에 환멸감도 들고요”라고 덧붙였다. 2014년 선보였던 졸업 컬렉션이 시각적으로 눈길을 끌어야 한다는 목표가 강했다면 지금은 보다 입기 쉬운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지난해 초, 혜인 서는 신사역과 압구정역 사이(신사동 562-6)에 오프라인 스토어를 열었다. 가로수길에서 10분은 족히 걸어가야 하는 한적한 위치에 말이다. 3층짜리 건물을 단독으로 사용하는데 아이보리 컬러의 벽면과 심플한 인테리어 구성이 눈에 띈다. 커다란 간판 대신 건물 벽면에 자그맣게 브랜드 로고를 새긴 게 전부다.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앞두고 스토어를 낸 배경에 대해 혜인 서의 디자이너이자 대표인 이진호는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에는 아직까지 혜인 서 풀 컬렉션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 없었어요. 고객들 역시 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고요. 이곳은 고객들이 방문해 단순히 옷을 구경하는 것 그 이상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을 한곳에 집결해 보여드리고자 마련된 공간입니다”라고 말했다.
매장으로 사용하는 1층과 달리 2층과 3층은 업무 공간이다. 특히 2층에는 2명의 재단사와 재봉사 ’선생님’이 가 상주하는 아틀리에가 존재한다. 굳이 선생님을 강조한 까닭은 서혜인이 그들에게 꼭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여 존경을 표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 사무실에는 서혜인과 이진호를 비롯한 약 20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각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를 구성하고 있다.
서울 스토어를 낼 무렵 혜인 서의 로고 서체도 바뀌었는데 외국 서적 전문 서점이자 디자인 스튜디오인 ‘포스트 포에틱스’의 디렉터 ‘조완’이 함께했다. 나란히 놓고 비교하지 않으면 쉽게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한 변화이지만 가독성을 높이고 옷에 부착했을 때 문제가 생길 만한 부분을 다듬는 방향으로 수정이 진행됐다. “(로고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특징이 사라진 것이 특징입니다. ‘앞으로의 10년’ 같은 거예요.” 서혜인의 말이다.
앞서 언급한 <하입비스트>와의 인터뷰 마무리 질문은 ‘향후 컬렉션이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목표가 있나요?’였다. 이에 대해 이진호는 “패션이 워낙 빠르긴 하지만, 한 시즌만 흘러도 이미 지난 컬렉션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쉽고 싫더라고요. 잘 만든 4B 연필은 크게 뭐가 바뀌지 않더라도 꾸준히 같은 스펙으로 계속 제공될 수 있잖아요. 같은 원리로 옷을 가지고 혜인서가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라고 대답했고, 서혜인은 “브랜드 협업을 적극적으로 해보고 싶어요”라며 “신발과 오브제 등의 카테고리를 넘나드는 협업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업무상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부쩍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 주로 나누는 이야기는 음악, 영화·드라마 그리고 패션이다. 그중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식은땀이 많이 흐르는데, 패션에 대해 스몰 토크를 이어 나갈 만큼 ‘패셔니스타’’ 아닐뿐더러 부끄럽게도 국내 디자이너에 대해 잘 모르던 탓이다. 이젠 아니다. 앞으론 이렇게 대화를 시작하려 한다. “두유 노 혜인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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