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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스토리 | 디젤

우리 모두 바보가 됩시다. 성공한 삶을 위하여.

Edited by 박호준




한남동에 오픈한 디젤과 원소주의 콜라보레이션 팝업스토어
(이미지 출처: 원소주 홈페이지)


지금 한남동에서 핫한 컬러는 레드다.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건물 외관을 빨갛게 뒤덮은 ‘디젤 한남점’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엔 4월 30일까지 한정으로 ‘디젤 X 원소주 스피릿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어 더욱 많은 사람이 몰리는 중이다. 지난해 디젤의 공식 엠베서더로 선정된 박재범은 이번 협업을 두고 “두 브랜드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즐거움을 이색적인 공간으로 표현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고자 기획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에 디젤을 검색하면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디젤이 마련한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디젤이 힙스터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데 성공한 비결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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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6,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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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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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1978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몰텍스’라는 데님 전문 제조업체에서 3년째 일하고 있던 어느 24살의 청년은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꿈이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실무경험을 쌓던 그는 ‘때가 됐다’고 생각해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몰텍스의 CEO 아드리아노 골드슈미드는 되려 자신과 함께 새로운 데님 브랜드를 만들자는 제안을 청년에게 건넨다. 청년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자신이 모은 돈과 투자금을 더해 회사를 차리게 된다. 청년의 이름은 렌조 로소였고(이미 눈치챘겠지만) 그 회사가 바로 디젤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귀환한 승무원들의 기념식을 캠페인으로 활용한 디젤
(이미지 출처: DIESEL 홈페이지)


렌조 로소의 팔과 발목에는 ‘Only the brave(오직 용감한 자)’라는 타투가 있다. 또한 그의 좌우명은 ‘Be stupid(바보가 돼라)’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디젤은 대담한 마케팅을 선보이며 젊고 독특하며 자유로운 이미지의 브랜드로 발돋움한다. 1995년 공개된 포스터가 그 예다. 1945년의 사진을 가져다 만든 포스터에는 건장한 남성 2명이 찐한 입맞춤을 하고 있다. 1995년이 아니라 아니 2023년에 보아도 파격적인 이미지를 과감하게 사용한 것이다.





디젤 창업자 렌조 로소 (Renzo Rosso)
(이미지 출처: Interview Magazine)


디젤 홈페이지에 들어가 제일 먼저 발견할 수 있는 슬로건인 ‘For successful living(성공한 삶을 위하여)’도 마찬가지다. 건배사 같기도 한 이 문장은 1991년 디젤의 광고 캠페인에 등장한 후 대중적인 인기를 끌며 브랜드를 대표하는 슬로건으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광고인데도 불구하고 제품을 내세우는 대신 사회정치적 이슈를 다루며 화제 몰이에 성공했는데 앞서 언급한 키스 사진 역시 해당 캠페인의 일부다. 이후 디젤은 데님 제품 외에 시계, 향수, 선글라스, 리빙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 나가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메가 브랜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독특한 워싱이 들어간 데미지 데님이 특징인 디젤 청바지
(이미지 출처: DIESEL 홈페이지)


멀쩡한 청바지를 낡은 것처럼 망가뜨리기 위해 청바지를 돌에 문지르는 ‘스톤 워싱’은 디젤을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다. “최초로 (스톤 워싱과 같은)빈티지 청바지를 만든 건 아니지만, 최초로 상업화한 사람이라고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렌조 로소의 말이다. 1988년 디자이너 월버트 다스와 개발한 디젤의 ‘일부러 낡아 보이는 청바지’는 1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리바이스나 랄프 로렌 같은 기존 미국 브랜드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이었지만 불티나게 팔려 나갔는데 매장에 디제잉 부스와 바를 설치하고 저녁 시간이 되면 고객을 초대해 파티를 여는 ‘바보 같은 짓’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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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8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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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2,500



그런데 혹시 궁금하지 않나? 브랜드 이름을 디젤로 한 까닭 말이다. 패션 문외한은 자동차나 주유소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경유와 브랜드 이름이 동음이의어가 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렌조 로소가 우연에 기대는 인물이었다면 디젤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지 못했다. 그는 일부러 ‘디젤’이라는 단어를 브랜드 이름으로 사용했다. 요즘엔 디젤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려 지탄을 받고 있지만, 1980~90년대에는 ‘클린 디젤’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디젤의 인기가 높았다. 강력한 폭발력을 내는 디젤차를 타는 게 쿨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게다가 ‘가솔린(미국)’ ‘페트롤(영국)’ ‘벤지나(이탈리아)’ 등 서구권 내에서도 나라마다 서로 다르게 읽히는 휘발유와 달리 디젤은 거의 모든 국가에서 비슷한 소리로 발음된다. 다시 말해,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도 발음하기도 쉬운 단어가 디젤이었다는 뜻이다.





디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틴스 (Glenn Martens)
(이미지 출처: DIESEL 홈페이지)


사람으로 치면 마흔 살이 넘은 디젤을 다시 재기발랄한 20대로 회춘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글렌 마틴스’다. 2020년 디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을 맡게 된 그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인 벨기에의 앤트워프를 졸업한 후 ‘장폴고티에’를 거친 실력자다. Y/프로젝트의 디렉터를 겸임하고 있기도 한 글렌 마틴스는 Y2K의 유행이 돌아오는 것에 발맞춰 알파벳 D를 이용해 새로운 로고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패션을 지향하기 위해 모든 의류에 QR 코드를 삽입해 생산 공정을 추적하도록 했다. 디젤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오랜 ‘디젤 사랑’을 털어놓았다.



“고등학생 시절 디젤 매장에서 카탈로그를 받아 모으곤 했어요. 획기적인 기획과 연출이 그 안에 있었고 전 많은 충격과 영향을 받았죠. 지금의 제가 있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요.”






디젤 공식 앰베서더 JAY PARK 캠페인 사진. 로고 하단에 슬로건이 적혀있다.
(이미지 출처: DIESEL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패션 그룹 OTB는 한국에 직접 진출했다. 디젤, 메종 마르지엘라, 마르니, 질샌더, 아미리가 전부 OTB 소속이다. 구찌 코리아, 발렌티노 코리아 지사장 출신인 ‘윌리엄 윤’을 수장으로 앉히며 한국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디젤이 원소주 에디션으로 쏘아 올린 작은 공이 느슨해진(?) 한국 프리미엄 데님 시장을 어떻게 뒤흔들지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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